처음 박물관을 간다고 생각했을 때 당연히 큰 건물에 들어가서 유리벽 속에 있는 화려하고 진귀한 이름도 모를 보물들을 우리끼리 대충 둘러보고 밥이나 먹고 놀다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서 본 것은 단풍이 둘러싸인 작고 아담한 시골의 분교였어요. 그런 곳에 뭐가 있을까하고 그곳의 관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사랑방이라는 교실로 갔습니다. 교실주위에는 오래된 가구들이 있었고 처음 볼 때는 하나하나 모두 비슷해 보였으며 중앙에는 평상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그 곳의 관장님께서는 차근차근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가구는 문의 형태에 따라 밀고 당기는 미닫이, 반닫이라고도 하며 열고 닫는 여닫이, 빼고 닫는 빼닫이, 빼담이.. 라고 하며 이와 같이 그 이름만 듣고도 문의 형태나 사용법에 대해 알 수가 있었다. 또한 장롱이란 하나를 말하는 게 아니고 붙어있는 가구를 장 떨어져있는 가구를 농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앙에 평상의 쓰임 또한 사랑채 주인이 하인을 부리거나 어떤 일을 처리하는 곳이라고 하셨으며, 그 위의 죽부인의 쓰임과 유래는 양반들이 자신의 자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겨서 여름에도 항상 이불을 덮고 자는데 너무 덥고 답답하여 침대에 이 죽부인을 넣어서 시원하게 잔다는 것과 그 죽부인의 주인이 죽으면 물려주지 않고 같이 묻거나 태워버려서 예부터 전해지는 물건 중 죽부인은 찾을 수 없다고 하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랑채 설명이 끝나고 안방으로 이동하면서 사랑채와 안방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졌습니다. 안방은 역시나 중앙에 평상이 있었고, 2폭 가리개와 나비문양의 작은 장이 보였습니다. 관장님께서 평상의 밑에는 작은 구름 문양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이것은 “선녀는 구름을 타고 논다“ 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셨으며 역시 옛 선인들의 풍류와 멋을 즐기는 삶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비문양이 작은 장은 애기장이라고 하여 어린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귀중품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넣어주는 거였습니다. 또한 안방가구는 사랑채가구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듯 보였습니다. 다음 교실로 갔을 때는 부엌가구들이 보였습니다. 많은 소반과 떡살들이 보였고 관장님은 여러 가지 소반의 쓰임에 따라 설명해주셨습니다. 소반은 손님의 나이나 신분에 따라 모양이나 크기에 차이를 두었으며 아버지와 아들은 한 밥상에서 먹는 것을 엄격하게 법으로 금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떡살의 모양 또한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실편, 절편, 부적모양의 떡살도 있었고, 꽃모양의 떡살도 있었는데 그 모양에 따라 쓰임이 달랐습니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주로 먹던 절편이 흉사 때 쓰는 떡살의 모양이라고 하셨습니다. 박물관 견학은 생각보다 흥미로웠습니다. 그 외에도 가마, 아주 큰 장독, 농기구 등등... 많은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미리벌 박물관을 나오면서 좋은 견학을 한 것 같아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