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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구는 민속품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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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벌’은 밀양의 순우리말 이름입니다. 미리벌민속박물관은 밀양시 초동면에 있는데, 몇 해 전 문을 닫은 범평초등학교를 빌려서 지난 98년에 문을 열었답니다. 그러니까 민속품을 모아놓은, 밀양에 있는 박물관이라는 뜻입니다.

민속품이란 무엇일까요? 민속이 민간의 생활풍속을 이르니까 민속품은 민간 생활풍속에 맞춰 쓰는 여러 가지 물건쯤 되겠지요. 이를테면 조상들이 얼을 담아 만들고 일상에서 손때를 묻혀가며 써온 생활용품이 민속품인 셈입니다.

민속품은 그것들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따라 구분되기도 합니다. 크게는 사랑방이나 안방, 그리고 부엌에서 썼던 것, 그리고 장신구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사랑방은 바깥주인이 거처했던 곳이고 안방은 집안살림을 맡아보는 안주인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또 부엌은 집안 식구와 손님들, 그리고 일꾼들을 먹이기 위해 갖가지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놓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니까 소용에 닿게 쓰이는 물건이 제각각 달랐던 것입니다.

또 장식품이나 노리개도 있습니다. 옷깃에 다는 것도 있고 몸에 지니는 물건도 있습니다. 보통 장식품이라 하면 여인네들을 위한 것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선비나 한량들이 갖고 다니며 썼던 물건도 없지 않습니다.

사랑방에 있던 대표 선수는 붓 벼루 먹 종이 등 문방사우가 으뜸일 것입니다. 요즘처럼 컴퓨터로 다닥다닥 치지도 않았고 종이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니까 말입니다. 문방사우와 관련되는 민속품으로는 고비와 같은 편지꽂이나 글 쓸 때 바닥에 까는 서판 따위가 더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더 설명하기로 하지요.

물론 물건을 넣어두는 데도 사랑방에 있었겠지요. 사랑에서 쓰는 물건이라면 책이나 종이였고 잠 잘 때 쓰는 이부자리 정도였습니다. 돈짝도 있었지요. 가운데 구멍이 뚫린 엽전 말입니다. 이것들은 반다지나 윗다지에 들어갔습니다. 반다지 위에는 이불이 개어져 올랐고요.

안방에는 이층농 삼층장 머릿장들이 있었지요. 장은 대체로 농보다 크고 무거운 편인데 하지만 머릿장은 단출해서 위에다 반짇고리를 올려놓기도 했지요. 반짇고리에는 가위·실패·골무·바늘 등이 들어 있고요. 이른바 지체 높은 집안에서는 바깥주인과 마찬가지로 방안에다 평상을 들여놓고 쓰는 일도 있었습니다.

부엌에서 쓰던 것으로는 개다리소반을 비롯한 여러 상들과 떡살·다식판 등이 있습니다. 부엌에서 쓰지는 않았지만 떡판이나 절구와 같은 것들은 부엌용품에 넣을 수 있습니다. 기름 짜는 틀이나 통과 단지·바가지 따위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장신구로는 옷과 비녀가 대표적이고 노리개나 반지·장도 등도 해당됩니다. 물론 남자들도 장신구가 있었고요, 빗이나 곰방대 같은 신변잡화까지 함께 포함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써레·쟁기·소구시·구루마 같은 농기구는 어떻게 되냐고요? 물론 박물관에서 전시는 같이 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하자면 민속품으로 볼 수는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생활용품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데 쓰인 산업기구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위해 민속박물관이 아니라 농업박물관 또는 농기구박물관이 따로 있기까지 하거든요.

이 같이 우리 조상들이 썼던 생활용품은 실속 있게 단순하면서도 가만 들여다보면 참으로 그지없이 아름답습니다. 참빗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만큼 기능에 딱 맞게 거추장스럽지 않게 하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만큼 선조들의 안목이 높았다는 증거도 되겠는데 다음 차례부터는 이들 민속품을 하나씩 둘씩 끄집어내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