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짜며 노동요 불러…쐐기로는 목화 씨앗 골라


베틀은 명주나 무명·모시·삼베 따위를 짜는 틀입니다.

나무로 만들었으며 누운다리 두 개에 구멍을 뚫어 앞다리와 뒷다리를 세우고 가로대로 고정시킵니다.

여기에 도투마리를 얹고 잉아를 걸어 말코에 연결하고 앉을깨에 앉아 부티를 허리에 두릅니다.

도투마리는 날을 감는 도구를 일컬으며 날은 세로로 놓는 실이고 잉아는 날을 하나씩 걸러서 올리는 굵은 실을 말합니다. 앉을깨는 엉덩이를 대고 앉는 자리이며 부티는 그림 가장 아래에 보이는 활처럼 굽은 나무입니다.

부티 위에 보이는 흰색은 실꾸리입니다. 이 실꾸리가 담겨 있는 데가 북인데 앞서 말씀드린 날 틈으로 오가며 씨실을 푸는 구실을 하지요. 그리고 북 속에 넣은 실꾸리가 솟아나오지 않도록 누르는 대쪽도 있는데 북바늘 또는 북딱지라 합니다.

이처럼 베틀을 갖고 옷감을 자아내는 일은 길쌈이 됩니다. 알려진대로 길쌈질은 보통 노동이 아니었고 이 담당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지요.

그림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보기만 해도 무거운 저 북을 들고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오가야 날실과 씨실을 짤 수 있었지요. 게다가 날실 씨실을 어긋나지 않게 촘촘하게 하려면 더욱 섬세하게 힘을 들여야만 하지 않았겠습니까?

뿐만 아닙니다. 북이 오가려면 허리와 어깨를 아래위 또는 좌우로 흔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움직이는 범위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짤수록 더욱 늘어났습니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거의 일어섰다 앉았다를 되풀이해야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리 허리는 물론 배와 어깨까지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고됨의 연속이었으니 어찌 일을 하면서 노래를 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부르다 남은 노래가 베틀노래 또는 길쌈노래라는 민요고, 삼국사기에도 나오는 ‘회소곡’이 바로 여기에 든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민요가 그렇듯이 노동요이면서 그 고달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불렀지요. 또 노래에는 그 고달픔이 직접 표현돼 있지는 않습니다. 월궁(月宮) 선녀를 노래하거나 서방님이 돌아오시는 고운 장면을 그려보이곤 했습니다.

이 같은 베틀을 보면 남존여비(男尊女卑)가 떠오르고 어머니나 할머니의 고되었을 일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60년대만 해도 시골 집집마다 하나씩 있어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7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만 전쟁과 가난을 몸소 겪은 어머니를 둔 이들은 말로라도 길쌈의 고달픔을 마주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옆에 있는 쐐기는 목화(무명)솜에서 씨앗을 골라낼 때 썼습니다. 골이 파여 있는 가운데 두 막대 틈에 무명을 넣고 다른 한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면 씨가 절로 걸러지곤 했답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베틀 옷감을 짠 뒤 옷을 짓고는 안에다 이렇게 씨앗을 골라낸 솜을 넣어 겨울옷을 만들었겠지요. 어쨌든 이런 것들을 보느라면 그냥 한숨이 막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