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살로 떡을 찍으면 무늬가 생깁니다. 무늬는 어떤 집안인지와 무슨 행사를 했는지를 알려줬습니다. 물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모양내는 역할은 기본으로 했지요.

요즘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떡이라는 물건이 참 고급 먹을거리였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웬만하면 누구나 떡을 만들어 먹지만 옛적에는 일반 평민들은 끼니도 제대로 잇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양식 걱정 없는 또는 걱정이 돼도 예법에 철저한 사대부 양반 집안에서나 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떡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최고 격조 높은 잔치 음식이었는데 양반 집안에서는 이를 자기네 식구들만 먹으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잔치를 하면 손님은 물론이고 이웃에게도 나눠줬고 멀리 있는 대소가 일가붙이들에게도 차반이라 해서 보냈습니다. 이렇게 차반을 받은 집에서는 다시 그 떡을 나눠 먹게 마련이었는데 집안 어른들은 떡을 딱 보면 떡을 만든 집안과 내력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고요? 가문에 따라 떡살 무늬가 조금씩 달랐고 잔치나 행사의 성격에 따라서도 무늬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가문의 문양에 대해서는 여기서 말씀드릴 처지가 못되니까, 그냥 어떤 행사에 어떤 무늬를 썼는지만 좀 말해 보겠습니다.

먼저 실 모양 떡살이 있습니다. 이 무늬를 찍으면 실편이 되는데 이를테면 어린아이 백일이나 돌 때 잔칫상에 올렸습니다. ‘실’이라는 데서 짐작하시다시피 명줄이 길라는 염원이 여기에는 담겨 있습니다.

그토록 어머니가 자식에 대해, 할머니가 손주에 대해 빌고 또 빈 까닭은 당시 시대 상황에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 광복 직후 남자 평균 수명이 43세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앞서 조선 시대에는 이보다 더 짧았을 테니까 빌지 않고 어떻게 견뎠겠습니까?

꽃 모양 떡살도 있는데 이 놈은 결혼이나 과거 급제 같은 길사(吉事)로 잔치를 벌일 때 썼습니다. 꽃과 나비가 같이 있는 것도 있고 꽃만 가득 있는 것도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이나 집안마다 달랐는데 어쨌든 꽃처럼 활짝 피어나라는 뜻이지 않겠습니까?

가운데가 세로 줄로 잘려 있는 절편 떡살도 있었습니다. 이 떡살은 꽃무늬 떡살과 달리 제사나 흉사(凶事)에 썼는데 실편처럼 이어지지 못하고 잘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돌잔치나 백일잔치는 물론이고 결혼식이나 회갑연에 가도 이 절편을 자주 볼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입니다. 흉사에 쓰는 떡을 길사나 경사에 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아마 떡집에서 찍기 쉬우니까 마구 쓰는 모양인데 행사의 성격에 맞게 무늬의 뜻을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부적 떡살도 있습니다. 이것은 안택(安宅·집안 신들에 대한 종합 제사)이나 고사(告祀·음력 시월 상달에 주부가 제주가 되어 집안 신들에게 지내는 제사) 때 썼는데 잡귀를 물리치고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매화꽃 하나가 가운데 딱 찍힌 떡살은 시집가는 딸을 위해 시댁에 미리 보내는 상떡에다 찍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옛적 시집살이가 얼마나 매서웠습니까? 그러니까 매화가 매서운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듯 시집가는 딸이 결국은 어려움을 견뎌내고 잘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답니다.

이밖에 달 모양 떡살도 있는데 이것은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데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