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마니틀은 나이가 몇 살이나 될까요? 짐작하건대 채 10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그렇냐고요? 까닭은 간단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마니가 쓰인 역사가 겨우 100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1900년대 초에 일본에서 들어왔고 가마니라는 이름도 일본의 카마스(かます·)에서 비롯됐습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들어와 그 때까지 담을 그릇으로 쓰던 섬이나 멱서리 따위를 대신해 버렸습니다.

섬은 볏짚으로 거칠게 쳐서 만들었습니다. 이 놈은 이른바 일회용품이었는데 아주 성기어서 벼나 보리 같은 나락은 담을 수 있어도 도정을 해서 껍질을 벗긴 쌀알은 담을 수 없었답니다.

멱서리는 일회용품이 아니었으며 짚을 날줄로 삼아 속으로 넣고 촘촘하게 짜 만든 것으로 울이 깊고 바닥은 네모 반듯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섬에 견줘 훨씬 튼튼했기 때문에 곡식을 갈무리하거나 담아 나르는 데 아주 요긴하게 썼습니다.

이것들은 모두 곡식이나 비료나 소금 따위를 담아 두는 데 썼는데 예전 농가에는 없으면 안되는 물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70년대까지는 나라에서 이 가마니를 정책으로 사들이기도 했는데 덕분에 농가에서는 가을걷이를 마치고 나서는 남은 짚으로 부업 삼아 이놈을 짰다고 합니다.

그림으로 보다시피 아래위로 오가는 날줄(經)은 새끼가 됩니다. 그리고 양옆으로 왔다갔다 하는 씨줄(緯)은 짚이 됩니다. 이렇게 울을 깊숙하게 짜서 포갠 다음 양옆을 꿰매어 썼습니다. 이렇듯 가녀린 짚이 아니라 튼튼한 새끼를 중심으로 이쪽저쪽 오가며 다져넣듯 짰으니 당시로서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겠습니다.

쓰임새가 이처럼 같았기 때문에 바로 바꿔치기가 됐고 부피를 재는 단위로는 섬(石)과 가마가 똑같이 열 말을 뜻하게 됐습니다.

옛날 시골 농가에는 집집마다 모조리 가마니가 있었습니다. 푸성귀처럼 금방 숨이 죽어버리는 것을 빼고 다른 모든 것을 담아 두는 데 쓰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감자나 고구마 무 따위를 비롯해 갈무리해 둬야 할 모든 것을 여기에 담았습니다. 이것말고는 뒤주 같이 나무로 만든 놈밖에 없었기 때문에 손쉽게 옮길 수 있으면서도 담아 둘 수 있는 용기가 없었습니다.

비닐이나 크래프트 종이로 만든 대용품(代用品)이 나오기 전에는 가마니를 어른들은 아주 소중하게 여겨 함부로 없애지 않았지만 어디 아이들이야 그렇지 않았지요. 여러 차례 써서 낡은 가마니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으면 살짝 훔쳐서라도 놀이개로 썼습니다.

바로 띠(잔디) 타기에 썼습니다. 물론 겨울에 눈이라도 펑펑 쏟아지면 이 놈을 바닥에 깔고 신나게 타기도 했지요. 뒷산 언덕빼기에 가서 가마니를 옆으로 결 따라 놓고 올라타면 밑으로 죽죽 잘도 미끄러집니다.여름철 초록색 풀 기운이 펄펄 살아 있을 때는 잘 못하고 대신 가을철 잔디가 노랗게 말라주는 때가 되면 여럿이 어울려 해가 지도록 타고 또 타곤 했지요. 그새 풀 뜯기던 소가 사라져 찾느라고 난리를 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 때는 짚밖에는 짤만한 거리가 없어서 가마니가 나왔겠지만, 온갖 포대가 곳곳에 넘쳐나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습도 조절도 저절로 되고 바람도 잘 통한다는 면에서 가마니만한 물건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치 곤란한 쓰레기로 남지도 않으니까 더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