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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 - 함빡함빡 온갖 음식물 담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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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는 요즘 쓰는 물건으로 하자면 고무 대야쯤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말맛이 나지 않으니까 일본말 그대로 고무 ‘다라이’라고 해야겠지요. 대야나 함지가 모두 널찍하게 만든 그릇이니까 뜻은 어느 정도 통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다만 함지는 나무로 만들고 대야는 놋이나 쇠 같은 금속이 재료라는 점이 다릅니다.

함지는 주로 먹을거리를 담아 두는 데 씁니다. ‘서울 중류층 교양 있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이른바 표준말로는 함지박이라 하는데 함박이라고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도고(구)리라 이른다고 합니다.

이 함지는 물론 집에서 만들어 썼습니다. 조선 시대 들어서부터 쓰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통은 커다란 통나무를 반으로 쪼갠 다음 안쪽을 파내면 된답니다.

이 함지들은 모양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는데 여기 이 놈처럼 길게 네모 나고 양쪽에 넓게 전(물건의 위쪽 가장자리에 조금 넓게 된 부분)이 달려 있으면 귀함지라 합니다.

또 둥글게 함지를 파고 가장자리에 빙 둘러 전이 달려 있는 놈은 전함지가 되고 둥글지만 전이 달리지 않으면 민함지가 됩니다. 또 안쪽을 팔 때 주름지게 하면 마땅히 주름함지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함지는 도래함지라고도 이르는데 도래라 하면 ‘둥근 물건의 둘레’이니 뜻이 바로 다가옵니다.

이밖에 나무 판자 몇 개를 붙여 만드는 때도 있는데 이는 이름이 모함지입니다. 이를테면 모가 난 함지라는 것인데 길게 네모진 널빤지를 밑판으로 삼은 다음 위로 올라가며 바라지게 벽면을 짜서 목판 꼴로 만들었습니다.

지극정성 손맛 냈던 전천후 용품

사람들은 이것을 그냥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반짝반짝 때깔도 나지 않고 물에 젖어 쉬 썩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요즘으로 치면 니스와 같은 것으로 기름칠을 하는 셈인데 이것을 일러 ‘콩댐’이라 했습니다. 물론 옻칠이나 주칠을 하기도 했습니다.

콩댐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간단합니다. 날콩을 불려 자루에 넣어가지고 여러 차례 되풀이 문지르면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노란 색깔도 들고 빛이 나면서 기름기도 배어 듭니다. 좀더 쉽게 하려면 갈아서 만든 콩물에 들기름을 섞어 바릅니다. 그러면 하루이틀 사이에 나무가 그 물기 기름기를 다 빨아들입니다.

옛날에는 이 같은 콩댐을 함지만이 아니라 기둥 대청 따위에 온통 했다더군요. 이렇게 하면 다른 물기나 벌레를 막아주면서도 나무 표면의 아주 조그만 구멍이 막히지 않아 나무가 훨씬 오래 갔다고 합니다.

이밖에 종이함지도 있습니다. 나무 함지 둘레에 한지를 2~3cm 두께로 붙여 놓았다가 다 마른 다음 떼어내어 손질도 하고 콩댐도 합니다. 아주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함지박은 곡식이나 채소는 물론 밥 같은 먹을거리를 담아 두기도 합니다. 떡가루를 반죽할 때도 쓰고 김치를 버무리는 데도 씁니다. 요즘은 김치 따위를 그냥 사 먹고 마는 집도 많습니다만, 그 맛이야 이런 함지에다 치대어 만든, 손맛 담뿍 든 김치에 어찌 견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