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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리 - 플라스틱 그릇이 이만큼 요긴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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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리 바구니 소쿠리. 모두들 무엇을 담는 그릇들이고 모두들 옛날에는 이런저런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대나무나 등나무 싸리나무 따위가 재료였지요. 요즘은 또 모두들 플라스틱 그릇에 밀려 뒷전에 처박혀 버린 팔자도 똑 같습니다.

다만 모양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 모양이 동그스름한 것은 같습니다. 광주리와 바구니는 바닥이 편평한 반면 소쿠리는 그렇지 않고 둥그렇습니다. 반면 속이 깊숙한 정도를 보면 광주리가 낮고 소쿠리와 바구니는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소쿠리는 아주 촘촘하게 짜서 쌀 따위를 담아도 새지 않을 정도며 광주리는 아주 성기고 거칠어서 자잘한 것들은 도저히 담아둘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광주리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합니다. 옛날 모내기나 벼베기 할 때, 또는 아버지 일하시는 논밭에 점심이나 중참을 내어 갈 때 이 광주리가 쓰입니다. 보리밥 한 그릇에 된장 김치 고추 한 보시, 막걸리 한 사발 넣어 갑니다.

또 잔칫집에서는 갖가지 지짐이나 먹을거리를 튀기고 부쳐서 널어 말리기도 하고 겨울에는 노릇노릇 하얗게 튀겨낸 유과 몸통을 말릴 때도 썼습니다. 김장 김치를 담글 때 씻거나 절여 물기를 빼는 데도 이 광주리가 요긴했지요.

뿐이겠습니까? 요즘은 아예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이 놈이 행상들에게 떡이나 과일 생선 따위를 담아 머리에 이고 다니게 하는 노릇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또 노점상들이 좌판을 벌일 때도 이놈이 쓰였지요.

광주리도 크기가 아주 다양했습니다. 큰 그릇 안에 작은 그릇 넣고 그 작은 그릇 안에 더 작은 그릇을 넣어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듯 이 광주리도 작은 것 위에 큰 것을 걸고 그 큰 것 위에 그것보다 더 큰 것을 거는 식으로 벽에다 겹쳐 걸고 때마다 알맞은 것을 골라 썼습니다.

옛날 30년이나 20년 전에는 감자나 고구마를 구황(求荒) 식물이라고 교과서는 가르쳤습니다. 흉년에서 백성을 구하는 먹을거리라는 말이지요. 그러나 가만 생각하면 고구마가 구황에만 쓰이지 않았고, 일반 백성들은 다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사실상 주식 노릇을 했습니다.

그나마 70년대 어름에 고구마가 간식거리로 처지기 시작했는데 어머니들은 고구마를 날로 또는 삶아서 말리셨습니다. 먹기 좋으라고 가지런하게 썰어서 말입니다. 겨울철 고운 햇살 아래 물렁하던 삶은 고구마는 꼬득꼬득 빠닥빠닥 마르고, 바라보는 아이들 입에는 군침이 그냥 돕니다. 그래 채 굳기도 전에 아이들 입에서 많이 녹기도 했지요.

이렇게 얇게 썰어서 말린 고구마를 ‘빼때기’라고 했습니다. 이제야 깨닫지만, 그 때 어머니나 할머니가 자식 손주 주려고 널어 말린 것은 사실 고구마도 빼때기도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사랑이고 정이었습니다. 광주리에 널린 채 노랗게 또는 거뭇거뭇하게 굳어가는 것들도 고구마 빼때기가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이번 추석 때 광주리에 널릴 지짐도, 사실은 입에 넣고 꿀꺽 삼키면 없어지는 먹을거리가 아니라 사람 마음을 두고두고 데워주는 사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