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날마다 쓰고 읽고 공부하는데 민속품도 만날 사랑방에 앉아 책 읽고 글 쓰는 얘기라서 읽으시는 분들한테는 좀 따분할 듯도 합니다.

그래서 문방사우라든지 갖가지 경상 따위를 떨쳐버리고, 이번에는 산사(山寺)로 바람이나 쐬러 가볼까 합니다. 이처럼 절에 가면 범종루라든지 원음각이라든지 따위가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사물이 걸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사물(四物)이라 하면 북·장구·징·꽹과리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랍니다. 물론 피돌기를 주로 다스리는 사물탕도 생각나지만 숙지황·백작약·천궁·당귀 처방약이 넷이라는 것말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국악 풍물에서 치는 사물은 꽹과리 따위가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원래는 불교에서 밥 때 또는 예식·불공의 시작이나 끝, 또는 경과를 알리기 위해 두드렸던 네 가지를 이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두 번 치면 밥 먹어라, 한 번 치면 모이라는 신호였습니다.

목어(木魚)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범종(梵鐘)·법고(法鼓)·운판(雲版) 등이 그것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이런저런 방법으로 두드려서 소리를 내고 그 소리로 시간을 알린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상징하는 바는 제각각 다르답니다.

저마다 생긴 대로, 쇠로 만든 범종은 지옥 중생과 땅 아래 짐승을 제도하고 가죽을 울려 소리를 내는 법고는 땅 위에 사는 네 발 달린 짐승을 극락으로 이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름 모양을 한 운판은 당연히 공중을 떠도는 영혼이나 날개 달린 새들을 위해 울리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목어는 무엇을 상징할까요. 다들 짐작하시는 대로 물고기를 뜻하며, 따라서 물 속에 사는 갖가지 짐승들의 영혼을 좋은 데로 이끄는 노릇을 합니다. 은행나무와 같은 통나무를 베어다가 가운데 배를 파내고 속을 두드려 소리를 냅니다.

모양대로 어고(魚鼓)나 어판(魚板)이라고도 했다지만 지금은 대부분 목어로 통일되다시피 했습니다. 보다시피 용머리에 여의주를 문 모습을 하고 있으나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겠지요. 세월이 흐르면서 도교나 민간신앙과 결탁함으로써 나타난 모습이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스님이 들고 다니는 목탁도 목어에서 나온 것입니다. 목탁은 스님들이 염불을 외고 기도를 할 때 쓰라고 조그맣게 목어를 단순화한 물건입니다. 이렇듯 목탁과 목어가 수행 정진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한 데에는 다 까닭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고기가 뜬눈으로 지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세상을 한 순간에 꿰뚫는 큰 도를 깨치려고 밤낮 없이 애쓰는 스님이라면 물고기처럼 늘 깨어 있어야지 자거나 졸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여기에 담았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전설도 있습니다. 나쁜 짓을 하다가 제 업(業)을 다 삭이지 못하고 죽은 스님이 있었습니다. 물고기로 환생을 했는데 나쁜 업 때문에 등에서 나무가 자라는 고통을 져야 했습니다.

그래 어느 날 생전에 스승으로 모셨던 스님이 배를 타고 지나갈 때 나무고기가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털어놓았겠지요. 그래서 스승 스님이 기도로 업을 멸(滅)하고 좋은 데로 이끈 뒤 물고기 등에 자라던 나무로 목어를 만들어 만세를 경계(警戒)했다는 것입니다.

행여 마음으로라도 나쁜 짓 하지 말고 언제나 깨어서 정진하고 또 수행하라는 뜻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