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들여다보면 민속품 가운데는 지금 우리 생활과도 연관되는 구석이 있어서 재미를 더해 주는 물건도 있습니다.

다리미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아시다시피 다리미는 주름진 옷을 바로 펴는 데 쓰입니다. 옷을 빨면 구겨지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쭈글쭈글해진 옷을 반반하게 펴는 일을 다리미가 하지요.

요즘 나오는 다리미들은 모두 저절로 열이 오르도록 돼 있습니다. 물기도 자동으로 칙칙 뿜어져 나옵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옷 다리는 일이 손쉬워졌지만 옛적에는 그 또한 제대로 마음먹고 해야 하는 행사였습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썼을까요? 보다시피 이 다리미는 뚜껑과 몸통이 나뉘어지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안은 비어 있지요. 여기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은 숯을 넣어 뜨겁게 열을 낸 다음 옷을 다렸습니다.

숯은 집에서 만들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5일마다 돌아오는 읍내 장에 나가 돈을 주고 사온 숯을 썼습니다. 숯은 전기열에 견줘보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뜨겁게 하려면 끊임없이 입김을 불거나 부채로 바람을 일으켜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해도 안되지요. 온도가 아주 높아져 버리거든요.

또 저 조그만 다리미 몸통에 넣은 숯은 금방 식어버립니다. 그러면 새 숯으로 갈아 넣어야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숯가루가 날릴 개연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새 옷에 그 가루가 묻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니 얼마나 조심스러웠겠습니까!

여기 다리미는 그래도 만든 지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손잡이 바로 아래 양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어로 ‘펩시콜라’를 알리는 글귀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해방 이후 미국 문물이 줄줄이 들어올 때 제작된 물건입니다. 당시는 물론 70년대까지만 해도 이처럼 쓰고 남은 드럼통이나 깡통 같은 놈으로 연탄통이나 난로 따위 허드레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일은 전혀 드물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디지털 시대라는 지금은 이런 것조차 골동품이 되고 말았지만 이보다 앞선 시기에는 그냥 쇠로 둥그란 대접처럼 만든 다리미를 썼습니다. 손잡이가 달려 있고 아래쪽은 반반해서 숯을 담은 채로 이리저리 오가며 옷감을 바르게 펼 수 있었지요. 또 여기에다 인두라고 세모난 화살촉 같으면서도 아래쪽은 편평한 것을 꽂아뒀다가 옷주름을 잡는 데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다리미는 바로 아래로 힘을 주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다리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도 아주 많았겠지요. 또 뚜껑이 없다 보니까 숯에서 가루가 날리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다리미로는 여름날에도 바람을 타지 않으려면 안방에서 문을 닫고 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지금처럼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시절이니까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처럼 바로 한두 세대 전에 생활에 썼던 민속품을 보면 어떤 이는 자기 어린 시절과 맞물려 있는 기억의 한 자락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어린 아이들의 할머니 세대들이 겪었던 가사노동의 고단함을 곱씹어 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