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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다지라고도 하는 윗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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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닫으면 ‘벼락소리’ 나는 돈궤짝

사랑방에는 반다지와 함께 윗다지도 있었습니다. 반다지와 견줘보면 품은 비슷하게 크지만 높이는 윗다지가 많이 낮은 편이었습니다.

‘윗다지’라는 이름은 앞이 아니라 위쪽으로 열고 닫는다고 해서 붙었는데 별칭으로는 ‘들다지’와 ‘벼락다지’ 두 개가 있습니다.

들다지는 위로 ‘들어서’ 여닫기 때문에 생겼으리라고 퍼뜩 짐작이 가는데 그러면 ‘벼락다지’는 어떻게 해서 생기게 됐을까요? 그것은 문을 열다가 잘못 실수라도 해서 놓으면 ‘벼락’을 치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여기에도 옛날 사람들의 슬기가 나름대로 배여 있는 셈인데요, 윗다지는 엽전과 같은 돈꾸러미를 넣어두는 궤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아주 중요한 재산에 무슨 이상이 생기면 집안 사람이 바로 알아차리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큰 소리가 나도록 문짝을 위쪽으로 달았던 겁니다.

이를테면 양상군자(梁上君子)처럼 신분이나 마음씨가 나쁜 사람이 들어와 훔쳐가려고 윗다지를 열다가 잘못해서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면 행랑채와 아래채 가릴 것 없이 머슴들이 몽둥이를 쳐들고 뛰쳐나와 도둑을 잡는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집안 살림은 어머니가 했지만 바깥 살림은 아버지가 했습니다. 이처럼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었기 때문에, 성차별 여부는 따로 따질 문제이지만, 그래서 지금까지도 각각을 일러 안주인과 바깥주인이라고들 하지요.

이 윗다지는 바깥주인이 바깥살림을 하는 근거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한 집안의 사는 정도에 따라 크기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석꾼에게는 그에 걸맞은 윗다지가 있었고 천석꾼도 그에 걸맞은 윗다지의 크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다지에도 자물쇠가 없진 않지만, 따라서 특히 윗다지에는 자물쇠가 없을 수 없습니다. 경상도 윗다지의 특징은 자물쇠가 수박 모양이라는 데 있습니다. 크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모양이 하나 같이 수박을 반으로 잘라 엎어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린아이 볼록 튀어나온 배꼽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수박 꼭지는 탯줄 끊을 때 묶은 매듭과 닮아 있고요. 그래서 이놈을 일러 배꼽 자물통이라고도 한답니다.

이처럼 다른 지역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경상도에도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다 보니까 이른바 희소가치가 높아져서 골동품 가게에서 거래를 할 때는 조금 비싸게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도 합니다.

나중에 따로 들려드릴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 눈에 익숙한 물고기 모양 자물쇠는 윗다지나 반다지에는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쌀과 같은 곡식을 넣어두는 뒤주에만 썼습니다.

이밖에 4궤 물림으로 짜 맞춰 못을 쓰지 않았다든지, 느티나무·은행나무·소나무 등으로 통판을 써서 두껍게 만들었다든지 하는 점은 반다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다지를 잘 만들었던 지역이 윗다지도 마찬가지로 아주 잘 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