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에 한섬은 해야 장골

여기 이것은 이름이 ‘목메’라고 합니다. 목메는 곡식 껍질 벗기는 연장입니다. 그런데 이 목메로 껍질을 벗기면 아주 깔끔하게 되는 대신 거칠게 됩니다. 그래서 목메로 대충 껍질을 벗긴 다음 디딜방아나 연자방아 따위로 곱게 찧습니다.

이를테면 초벌 방아는 이 목메로 하고 두벌 방아는 그야말로 방아로 하는 셈입니다. 목메로 벼를 벗기면 이른바 현미가 되고 이를 갖고 방아를 찧으면 백미가 됩니다. 모두 방아로 찧으면 너무 어렵고 힘이 드니까 공정(工程)을 달리 해서 미리 조금 벗겨두는 셈입니다.

오른쪽 막대가 튀어나온 놈을 밑에 둡니다. 그리고 왼쪽 구멍이 뻥 뚫린 물건을 막대에다 꽂습니다. 왼쪽 물건 아래쪽을 보면 오른쪽 물건과 맞물리도록 비탈도 져 있고 홈도 나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 물건 허리춤에는 원래 손잡이로 쓰는 나무막대 두 개가 달려 있었는데요 여기 박물관에서 아이들 손에 남아나지 못했나 봅니다. 이렇게 덮어씌운 다음 위에 있는 구멍으로 쌀을 들이부으면서 슬슬 돌리면 껍질이 벗겨진답니다.

물론 말이 슬슬이지 농사에 고되지 않은 일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그렇지만 옛날 머슴들은 새벽에 일어나 아침 끼니 때가 되기 전에 한 섬은 목메로 돌릴 수 있어야지 장골(壯骨)로 대접을 받았다 합니다. 벼 한 섬(石)이면 열 말(斗)이고 열 말이면 백 되(升)가 됩니다.

알고 보면 목메는 이처럼 구조가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구조에도 ‘과학’과 ‘상식’이 숨어 있습니다.

톱질을 해 본 사람은 밀 때 힘이 많이 드는지 아니면 당길 때 힘이 많이 드는지를 잘 압니다. 팔이 안으로 굽어 있으니까 당연히 당길 때보다 밀 때 힘이 많이 듭니다. 그러니까 같은 힘을 쓴다고 하면 당기기가 더 쉽다는 뜻입니다.

톱니도 이 같은 이치에 따라 밀 때 힘을 주는 대신 당길 때 힘을 주도록 돼 있습니다. 말하자면 잡아당김으로써 나무를 켜게끔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 이 목메도 마찬가집니다. 위쪽 아래쪽이 맞물리는 부분에 새겨 놓은 홈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 목메를 다룬 사람은 아마 오른손잡이였을 것입니다. 홈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나 있거든요. 그러니까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오른쪽으로 확 끌어당길 때 껍질이 많이 벗겨지도록 해 놓은 셈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원리를 우리보다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활과 실천 속에 익힌 지식이라 평생 까먹는 일이 없었습니다. 종이쪽을 통해 배운 우리들 지식은 그야말로 종이처럼 날리기만 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