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나막신은 눈이나 비가 올 때 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신는다고 알고있는데 사실 그것은 예외적이고 실제로는 집안에서 주로 신었습니다.

이를테면 안방에서 사랑방 갈 때와 사랑에서 행랑채 갈 때, 아니면 건넌방에서 뒷간 갈 때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냥 마른날에는 아니고 굽굽하고 진날 그렇게 신고 다녔겠지요.

요즘 사람들은 나막신을 보면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딱딱한 신발을 끌고 다녔을까, 발바닥이고 발등이고 온통 배겨서 어떻게 견뎠을까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는 없답니다.

옛날에는 오늘날처럼 얇은 양말이나 스타킹 대신 두툼한 버선을 신었지요. 게다가 겨울에는 솜까지 넣어 만든 놈을 신었습니다. 이것을 신고 나막신을 신었다고 생각해 보면 그리 못 견딜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나막신은 앞뒤로 굽이 두 개 있습니다. 전체를 보면 뒤쪽 굽에서 끝까지가 가장 짧고 뒷굽과 앞굽 사이가 다음으로 짧았습니다. 그리고 앞굽에서 신발 앞쪽 끝까지가 가장 길었겠지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꼼꼼하게 뜯어보면 여기에도 조상들의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냐고요? 바로 지렛대의 과학입니다. 나막신을 신고 걸으면서 사람이 뒤로 갈 리는 없습니다. 앞으로 가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나막신은 앞쪽이 움직이기 편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는데 발가락에 조금만 힘을 줘도 뒷굽이 쉽게 올라가면서 걸음을 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뒤쪽에 진흙탕 흙덩이가 붙어 있다 해도 어렵지 않게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나막신은 양반의 전유물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 신발을 신으면 누구나 기우뚱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분이 엄격하던 조선시대에 아랫것들은 윗분들 앞에서 조신하게 굴지 않으면 안됐습니다. 그러니까 상민이 나막신을 신고 우쭐거리거나 기우뚱대는 모양은 양반 눈에 불경(不敬)으로 비쳐 때로는 비오는 날 멍석말이를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멍석말이가 무엇이냐고요? 사람을 멍석으로 돌돌 말아 꼼짝 못하게 해 놓고 지겟작대기나 몽둥이로 타작을 하는 일을 이릅니다. 권세 있는 고관대작 같은 양반집에서 사사로 행사하는 사형(私刑·lynch)의 하나이지요.

여기 이 나막신은 여성용인데요, 왼쪽으로 많이 치우쳐 닳은 데 비춰 보면 아마 신발의 주인은 몸이 불편했었나 봅니다. 거의 20도 가까이 삐딱하게 돼 있는데 무슨 사고로 다리를 절거나 했던 모양입니다.

짚신은 그냥 바로 닳아버리지만 나무로 만든 이 나막신은 두고두고 신었습니다. 더 오래 신으려고 신발 아래 굽에다가 쇠로 된 징을 박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