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씨가 시집 가면 당연히 부엌 출입부터 먼저 하겠지요. 이렇게 부엌을 드나들면서 앞으로 평생을 살아갈 시집의 음식맛을 배우고 가풍을 익히게 됩니다.

옛날 시집살이는 혹독했습니다. 신랑은 물론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권리는 전혀 없고 의무만 잔뜩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모든 일에서 뒤로 차례가 밀렸습니다. 그 정상이 오죽했으면 시집 가서 3년 동안은 심지어 집 지키는 개한테도 ‘강아지님’이라 존대해 부르라고 했겠습니까?

요즘은 위아래 구분없이 다함께 잘 어울리면 칭찬을 받고 좋은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 식구들이 모일 일이 있으면 할아버지에서 손주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습니다. 요즘이야 제각각 떨어져 살다보니 명절에 어쩌다 한 번 모이면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들 하지요.

하지만 옛날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녀노소와 신분에 따른 구분이 엄격했습니다. 다들 받아 먹는 밥상이 달라 조손지간(祖孫)은 한 자리에 앉아도 부자지간(父子)은 절대 겸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어른이 보는 앞에서 입을 쩍쩍 벌려 가면서 무엇을 먹는 모습이 좋지 않다고 국법으로 금했다고 합니다.

남자 사이 법도가 이럴진대 여자는 따로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안방 마나님은 따로 밥상을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며느리는 사정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밥상은커녕 밥먹는 옆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거지 동냥 얻어먹듯이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같은 때에 먹지도 못하고 집안 어른이 먹고나서 밥상을 물린 뒤에 남은 밥과 반찬으로 배를 채웠지요.

여기 이 사각반상은 옛날 양반집 어린아이가 독상을 받을 때 썼습니다. 지금 사진으로 보면 별로 표시가 나지 않지만 가로 세로 길이가 60cm와 40cm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습니다.

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왜 그럴까요? 어린아이 상이라서 그렇다고요?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옛날 밥상에 올랐던 그릇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어린아이 사각소반말고 다른 밥상들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다리소반을 한 번 보시지요. 열두 모로 둥그스름하게 만든 상인데 마찬가지로 조그맣습니다. 아낙네들이 팔을 벌리지 않아도 충분히 들고 다닐 만한 크기인 것입니다.

개다리소반은 밥상으로도 썼지만 부엌이나 안채에서 사랑방으로 음식을 실어나를 때 썼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쟁반이 하는 일을 맡아 했던 셈입니다.

개다리소반은 주로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밥을 차려줄 때 쓰였습니다. 이를테면 바깥에서 들어오는 아랫것들이나 머슴들은 이 개다리소반으로 상을 받고는 빙 둘러앉아 먹었다는 겁니다.

이름이 ‘개다리’소반인 까닭은 상의 다리가 개의 뒷다리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개는 낯선 사람을 보고 짖을 때 뒷다리를 앙버티고 고개를 치켜들고 있습니다. 그 뒷다리를 본떠 상다리를 만든 것입니다.

이 같은 밥상은 느티나무나 은행나무?포구나무로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나무는 가볍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무늬가 곱기 때문에 즐겨 썼다고 합니다. 물론 때로는 무늬가 별로 좋지 않은 소나무로 만들기도 했답니다.

양반 어른은 무슨 밥상을 받았냐고요? 네모 반듯한 사모반상을 사랑채에서 받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