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는 쌀을 비롯한 여러 곡물을 넣어두는 생활용품입니다. 지금은 아주 낯선 물건이 돼 버렸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던 물건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쌀뒤주를 두고 썼지만 가난한 집은 뒤주 대신 쌀독 같은 것을 쓰기도 했습니다.

‘바가지 긁는다’는 말도 뒤주와 관련이 있습니다. 옛날 남자들이 집안 살림에 신경을 쓰지 않아 집에 쌀이 떨어졌는지 어떤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이 때 집안 아낙네는 뒤주를 바가지로 긁어 소리를 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아내가 남편에게 생활의 어려움에서 오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 잔소리하는 일을 이르게 됐습니다.

뒤주는 통나무나 널빤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구들과 마찬가지로 덧칠을 하지 않아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주로 느티나무나 소나무로 만들었는데요, 큰 놈도 있고 작은 놈도 있었다고 합니다.

통나무로 만들 때는 밑둥과 머리에 따로 널빤지를 대어 막은 다음 머리 부분의 한쪽을 열 수 있도록 문짝을 달았습니다. 널빤지를 짜서 만들 때는 기둥을 네 개 먼저 세우고 벽과 바닥을 널빤지로 마감한 다음 머리에는 천판(天板)을 설치합니다. 머리 부분은 두 경우 다 마찬가지로 두 짝을 만들어 뒤편은 뒤주에 붙박이로 하고 앞쪽은 여닫을 수 있게 합니다.

큰 뒤주는 주로 쌀을 넣어두는 데 썼고 작은 뒤주는 콩·팥·깨 같은 잡곡을 넣어두는 데 소용이 닿았다고 합니다. 큰 뒤주 가운데는 2층으로 된 것도 있었는데 아래에는 잡곡을 위에는 쌀을 넣어두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옛날 큰 뒤주 작은 뒤주 다 갖춰 놓고 살았을 정도면 그럭저럭 잘 사는 집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뒤주는 주로 대청마루에 올려놓고 썼습니다. 물론 광이나 찬방에 놓고 쓰기도 했지만 이렇게 대청에 올려놓을 때는 뚜껑 뒤쪽에다 양념이나 술을 담은 항아리도 함께 올려놓았습니다. 이 뒤주가 쌀로 그득하면 옛날 사람들은 아무 걱정이 없었겠습니다.

뒤주에는 마땅히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그런데 이 자물쇠가 전에 말씀드린 윗다지와 달리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윗다지는 수박을 반으로 잘라 놓은 것처럼, 또는 볼록 튀어나온 배꼽처럼 생긴 자물쇠를 달고 있는데 뒤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지는 모르겠는데, 물고기 모양을 한 데에는 물고기가 잘 때에도 눈을 뜨고 자는 동물이다 보니 잘 지키라고 그리 했나 보다 짐작을 해 봅니다.

1960년대부터 대청마루나 찬방에 쌀뒤주와 나란히 자리잡기 시작한 물건이 바로 미싱입니다. 미싱은 알다시피 기계를 뜻하는 영어 머신(machine)에서 왔습니다. 원래 말은 sewing machine으로 바느질 기계였는데 줄어서 미싱이 돼 버린 것이지요.

지금은 미싱도 자꾸 줄어들어서 가볍고 조그마해졌지만 그 때는 아주 무겁고 우람했습니다. 그리고 손이나 전기로 돌리는 대신 발판을 발로 밟아서 기계를 돌리도록 돼 있었습니다.

지금도 나이든 사람들은 ‘부라더 미싱’을 입에 올립니다. 일본에 있는 부라더공업(주)은 1961년 2월 우리나라에 설립된 ‘부라더상사’(주)를 통해 우리나라에 재봉틀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65년에는 한국 부산정기와 기술 제휴로 가정용 미싱을 한국에서 만들 수 있도록 하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고장이 나지 않고 튼튼하기로 이름높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들어서면서 집에서 옷을 짓거나 고쳐 입지 않고, 맞춤옷이 기성복에 밀리는 시대가 되면서 이 같은 가정용 재봉틀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이렇게 민속박물관 한켠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예전에 어머니들은 늦가을부터는 털실을 갖고 대바늘로 옷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입히려고 ‘쉐타’도 짜고 장갑이나 목도리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장날 천을 손수 떠서는 부라더 미싱 재봉틀을 발로 밟아 돌려 바지 등등 옷을 만들어 자식들 입혔습니다.

지금 40대 이상 되는 이들 가운데는 이와 얽힌 기억들을 한둘 정도는 갖고 있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