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석이 있습니다. 멍석을 경남에서는 덕석이라고도 하는데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멍석은 집안 살림하고도 관련돼 있습니다. 볏짚으로 새끼날을 짜서 엮은 큰 자리를 멍석이라 하는데 멍석이 많을수록 잘 사는 집이었습니다.

멍석은 곡식을 널어 말리거나 타작을 할 때 주로 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널어 말리거나 타작할 곡식이 많으니까 멍석도 많았던 것입니다. 멍석은 여기 사진처럼 평소에는 돌돌 말아 집뒤나 헛간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썼습니다.

모양은 대체로 네모꼴이고 들 수 있도록 네 귀에 고리처럼 손잡이가 달려 있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머슴이 지게로 져서 나르기는 했지만 곡식이 널려 있을 때는 손잡이를 잡고 질질 끌기도 했지요. 해가 쨍쨍한 낮에는 나락이나 고추 따위를 펴놓았다가 이슬 내리는 밤이면 반으로 접어 거두곤 했습니다. 동그랗게 생긴 멍석도 있는데 이 가운데 작은 것은 맷방석이라고 맷돌질을 할 때 바닥에 깔았습니다.

또 콩 같은 놈을 타작할 때도 썼습니다. 집안 마당에서 하기도 했지만 보통 바깥마당이라고 집밖에서 공동으로 쓰는 동네 마당에다 콩깍지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도리깨질을 해댔습니다. 도리깨로 마구 두드리면 통통통 콩들이 튀어 달아납니다. 어른들은 나중에 한꺼번에 쓸어모으면 된다고 느긋해 하지만 옆에서 구경하는 아이들 마음은 그렇지 않아 튀어나갈 때마다 쫓아가 멍석 위로 주워담고는 했지요.

도리깨질, 옆에서 보기는 쉽지만 손수 해보면 쉽지만은 않습니다. 내리쳤다가 빙 돌려 들어올릴 때 손목을 알맞게 비틀면서 한 순간 딱 멈춤을 줘야 뒤로 수월하게 넘어갑니다. 잘못 돌리면 도리깨가 잡은 손을 때려서 크게 아픔을 당하곤 할 때도 있었지요.

멍석은 또 시집 장가 가는 잔치를 할 때나 초상을 치를 때 손님 대접을 하는 데 쓰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어디 가도 이런 풍경을 보기 어렵지만 마당 군데군데 하얀 차일을 치고 멍석을 깐 위에 잔뜩 상들이 널려 있기도 했습니다. 잔치 때마다 꼭 어른 한둘은 술에 취해 ‘개구신’이 되게 마련이었고 아이들은 동네 강아지 배까지 걷어차 가면서 떡이나 고기 아니면 지짐 하나씩 얻어 들고 어울려 놀았습니다.

멍석말이도 있습니다. 옛날 권문세가나 동네 규약으로 주는 벌, 말하자면 사형(私刑·lynch)인 셈입니다. 집안이나 동네에서 못된짓을 하거나 행패를 부리고도 뉘우칠 줄 모를 때 그 사람을 멍석으로 돌돌 말아놓고 뭇매질을 하지요. 이것이 생각보다 혹독해서 심할 때는 죽는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권문세가가 악독해서 이 같은 사형을 즐겨 하는 수도 없지 않았지만 옛적에는 동네에서 덜 돼 먹은 인간이 있으면 관청에 발고해 넘기기보다는 바로 이렇게 다스리기 십상이었습니다.

이처럼 쓰임새가 다양했던 멍석이 이제는 일상과 멀어져 이처럼 박물관을 찾지 않으면 보기도 힘들게 돼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