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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 “누가 왔나”방문 밖 소식 알리는 초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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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은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는 구절로 끝이 납니다. 여기 나오는 방울은 물론 나귀 목에 달려 있는 놈입니다.

<메밀꽃 필 무렵>은 알려진 대로 장돌뱅이들의 땀냄새가 묻어나는 토속풍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 나오는 허생원은 왼손잡이에다 얽둑배기(곰보)인데 강원도 봉평 장을 스무 해 넘게 드나든 무명 옷감 장수이지요.

허생원과 나귀는 반 평생을 같이 지냈는데 스무 해 전 봉평 장날 어떤 처녀와 인연을 맺을 때도 함께 있었겠습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나 아비 없는 자식으로 자란 ‘동이’를 이날 허생원은 사연을 모르는 채로 만나게 됩니다. 동이가 ‘충줏집’이랑 농탕 친다고 꾸짖기도 했지만 보름 갓 지난 달밤에 대화장으로 걸어가며 자신과 동이 사이 사연을 알게 되고 동이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너면서 애틋한 마음이 생기고 맙니다.

그러면서 끝나는 구절에 바로 이 방울 소리가 달려 있습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지낸 30대 넘은 이들은 이 구절을 읽으면 바로 귀에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맑고 가볍게 울려퍼지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사랑 바깥에 나귀는 말고 소는 한 마리씩 있어서 그 목에 달린 방울의 달랑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잠자리에 들고 이 소리와 함께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방울 소리를 무엇이 들거나 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딸랑 소리가 나면 사랑채 할아버지는 “누가 왔나?” 하시면서 문틈 새로 내다보곤 하셨지요. 사랑채와 잇닿은 머슴방에서는 어른이 말씀하시는 바람에 고구마를 깎아먹다가도 숨을 죽이곤 했지요.

‘딸랑딸랑’언제나 반가운 방울소리, 정겨움과 애잔함 아직도 선명

새벽엔 또 어떻습니까. 할아버지가 사랑 부엌에 불을 때서 쇠죽을 끓이십니다. 그러면 소는 그 냄새를 맡고 벌떡 일어나 코를 벌름거리며 어슬렁거립니다. 잇달아 딸랑거리는 소리가 목에서 나고 이 소리를 듣고 일어나게 마련이었으니 하루의 시작과 끝에는 으레 방울 소리가 있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방울은 아주 구조가 간단합니다. 놋쇠나 무쇠, 또는 양철 같은 쇠붙이로 동그랗게 종처럼 만듭니다. 그런 다음 가운데 위에 난 구멍에다 쇠꼬챙이를 끼워 전후좌우로 흔들리게만 하면 됩니다. 물론 방울의 원래 쓰임새는 무구(巫具)였습니다. 그러니까 역사가 오랜 셈입니다. 또 오랜 옛날 제정 일치(祭政一致) 시대에는 무당이 바로 대장(?)이었으니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 놈이 내는 소리는 그렇게 맑고 깨끗할 수가 없답니다. 방울은 짐승과 사람이 가까이 있거나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아니라 그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 시원함까지 안겨준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늘 가까이서 들은 기억이 있는 이들은, 짐승 목에서 울리는 이 방울 소리에서 무어라 잘라 말하기 어려운 정겨움과 애잔함 같은 것을 아직도 느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