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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 - 점점 가벼워진 인정…무게조차 달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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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은 참 신기한 놈입니다. 요즘은 몸무게를 재려면 그냥 올라서기만 하면 되는데 옛날에는 그렇지가 못했답니다.

이것은 다른 민속품과 마찬가지로 시대상의 변화와 아주 깊은 관계가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무게 나가는 놈을 마주하기가 어렵고 게다가 무게가 나가는 놈은 다른 절차를 거쳐서 처리되다 보니 필요가 줄어든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옛적에는 고추나 고구마 같은 것이 일일 무게를 달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포장이 규격화되면서 그럴 필요가 크게 없어졌습니다. 그러니까 굳이 무게를 달아야 할 필요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옛날에는 어땠습니까? 거의 모두가 무게나 부피로 계산되는 상황이었는데 이것을 전혀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뭐냐 하면 전에는 무게나 부피로 모든 것을 판가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밥을 해 먹어도 그렇고 반찬을 만들어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어떻게 적절하게 나눠서 시장에 내놓을까가 고민거리인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신기합니다. 조그만 저울추와 저울을 가지고 무게를 100kg 넘게 달 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누가 계산해 주는 것도 아니고 막대 하나와 쇳덩어리 하나로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지렛대의 원리와 가깝게 다가가 있습니다. 중심에서 가까울수록 똑같은 질량이 나타내는 무게는 가벼울 수밖에 없음을 이 저울의 원리는 알고 있습니다. 시소를 탈 때 멀리 있는 사람이 무게가 가볍더라도 더 무거운 물건과 등가(等價)의 원리를 가질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인 것입니다.

어릴 때 싸전에서 이 논리를 현실에서 마주칠 때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조그만 저울추 하나와 그 반대편에 매어달린 쌀 가마니 하나. 어떻게 어깨로 져도 한 짐은 충분히 되는 나락과 쇳덩어리 하나가 같은지 작은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야박하거나 후박한 되질과 함께 저울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규격은 이미 포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무게가 가볍든 말든 맞춰진 포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옛날 이런저런 흥정을 가능하게 했던 사람의 손길 또는 속임수는 점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무게를 재는 바로 그 순간에 앞으로 밀어 무게를 가볍게 하거나 뒤로 밀어 무겁게 하는 기술은 이미 퇴장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밀어 가볍게 하는 것은 팔아먹을 때 하는 속임수고 뒤로 밀어 무겁게 하는 것은 사들일 때 쓰는 수법입니다. 옛적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것에 속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눈을 부릅뜨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냥 전자 저울 위에 올려만 놓으면 되게 된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또는 물건과 물건 사이에서 서로 부딪치는 사람의 정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람 사이 접촉과 정이 사라진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신용이고, 그 신용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돈이나 타자화된 물상에 대한 믿음이 돼 버린 상황이 아쉬운 것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아직도 집에 이 같은 저울을 두고 한 번씩 무게를 달아보곤 한답니다. 20kg이나 40kg짜리 푸대가 튼튼한지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결국은 옛날 추억을 되씹는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