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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 - ‘삐이익~’ 울리면 구경꾼들 ‘우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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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나팔(喇叭)을 찾아보면 ‘금관악기의 총칭’으로 나와 있습니다.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rappa’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짐작하건대 불교와 함께 중국을 거쳐 들어왔는데 중국에서 이 나팔이라고 번역됐답니다.

나팔은 앞쪽이 둥그렇게 해서 벌어져 있는데요.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나팔꽃일 텐데 요즘은 거꾸로 돼서 나팔꽃 모양으로 생긴 것이 이 나팔이라고들 설명을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 실생활에서 나팔이 멀어져 있음을 일러주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나팔이 그냥 악기이기만 하다면 이렇게 민속 박물관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까닭이 없겠지요. 나팔은 그러니까 선조들 실생활에서는 악기라기보다는 무엇을 알리는 신호 기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동회(洞會)가 있다거나 향약에 따른 모임이 있을 때면 이 나팔을 불었는데 이것은 나팔의 소리가 단조롭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다양하게 변조할 수 있게 해 주는 피리 구멍 같은 것이나 판(瓣)이 없어 도·미·솔 같은 자연 배음(自然倍音)밖에 내지 못하는 셈인데 이것이 신호를 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군대 같은 데서 한 때 기상(起床)이나 소등(消燈) 따위를 알리는 신호로 쓰기도 했는데 소리가 크고 길게 나는 것도 이런 쓰임새에 보탬이 됐을 것입니다.

나팔(喇叭)은 나발이라고도 하는데요, 일상 용어에서는 ‘제발 좀 나발 불지 마라’ 하는 식으로 이 나발이 더 많이 쓰입니다. 우리나라 관악기 가운데에 입으로 부는 악기는 대개 대나무가 재료인데 금속으로 된 놈은 오직 이 나팔 하나뿐이랍니다.

놋쇠로 만들었고 입을 대는 쪽은 가느다랗습니다. 크기가 언제나 일정하지는 않지만 보통 길이가 석 자 여덟 치가 두세 마디로 나뉘어 있고 이처럼 토막난 관(管)들을 안으로 밀어 넣어 짧게 꽂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말하자면 나팔은 입 부분, 몸체 부분, 끝 부분 셋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행군할 때와 같이 매고 다닐 수 있도록 중간에 술 달린 끈이 달려 있습니다. 빨간색이죠.

이처럼 우리 일상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던 물건이지만 놀랍게도 이에 대한 역사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들어왔음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고려 시대 기록 가운데 임금 행차 때 수레 앞에서 취각(吹角)을 하는 군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 때 불었던 게 바로 나팔이 아닐까 짐작할 뿐입니다.

이 때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해 조선 시대에는 의장(儀仗)용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데 이를테면 임금이나 군대의 나들이를 더욱 위엄 있게 하는 데 이 단순 웅장한 소리를 내는 나팔이 알맞았던 것입니다. 통신사 행렬이나 임금 능행(왕릉을 찾아가는 행사) 그림에서 이 나팔을 부는 취고수가 보이고 큰 놈(大角)과 작은 놈(小角)으로 구분했답니다.

나팔은 이처럼 관의 공식 행사에서뿐만 아니라 민의 풍물굿 같은 놀이판에서도 쓰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옛날 마을에서는 이 나팔 소리가 어쨌든 평소 볼 수 없는 색다른 구경거리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매체였기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궁금증을 갖게 하고 종종걸음을 치게 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