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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자상 - 술상·책상·마작상까지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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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교자상(交子床)을 한 번 펴 볼까 합니다.

요즘은 보통 교자상이라 하면 한 가득 걸판지게 차린 상을 일컫는데요, 그래서 사전에는 ‘명절이나 축하 잔치 때 음식을 차려 놓는 직사각형의 큰 상’이라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크게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교자상은 원래 쓰임새가 다양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밥을 받을 때는 겸상이 아닌 독상이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심봉사가 왕후가 된 딸 심청이 벌이는 장님 잔치에 갔을 때도 독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교자상은 여럿이 어울리는 상이 아닙니까? 원래는 교자상의 교자를 한자로 쓰면 交子가 아니라 交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주 앉는다’가 본 뜻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교자상은 사랑방에서 많이 썼습니다. 사랑에 손님이 들면 이 교자상을 펴 놓고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위쪽 안채 부엌에서 개다리소반에다 얹어서 날라온 술과 안주 아니면 과자 따위를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어떨 때는 붓을 들어 간단하게 한 줄 쓰기도 하고 책을 놓고 서로 돌려가며 읽거나 했다는 말씀입니다.

또 정사각형 교자상도 있는데 이것을 보시면 네 사람이 어울리기에 알맞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아마 이른바 ‘개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1890년대 이후에 중국 청나라에서 들어온 마작(麻雀)을 하기 딱 좋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마작은 넷이 마주보고 136개 패를 갖고 하는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교자상은 살림살이가 나은 부잣집이나 양반집에나 있었지 피죽도 못 먹는 무지렁이 가난한 백성들 집에는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도대체 쓸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교자상은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로 된 천판에 소나무로 만든 다리를 붙여 썼습니다. 대체로 소박하게 전체를 가져갔지만 도드라지거나 움푹하게 파서 변화를 주기도 했고 다리에도 곡선을 넣는 멋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할수록 고급이라는 느낌을 줬을 테니까요.

위쪽 한가운데가 통나무로 돼 있으면 튼튼해서 좋겠지만 그런 크기 나무를 얻기가 쉽지 않아 2~3개를 이어 붙이기도 했습니다.

음식 차림에도 썼습니다. 주안상 건교자(乾交子), 밥상 식교자(食交子), 주안상과 밥상을 버무린 얼교자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관련 기록에 따르면 “전통은 독상이 원칙이었으나 1900년대 외세 영향으로 식생활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궁중에서도 아랫사람들이 겸상을 썼고, 사가(私家)에서도 같은 계층 연배끼리는 겸상을 썼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