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친환경 박물관으로 재탄생
관람객 눈높이에 맞춰 자세한 설명
방학 맞은 학생 위해 특별기획전 마련

밀양시 초동면 범평초등학교에 자리잡은 미리벌(밀양의 옛 이름) 민속박물관은 폐교를 가장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실들에 가득 찬 2천400여 점의 민속자료, 주위를 둘러싼 대나무 울타리와 천연잔디가 깔려 있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운동장. ‘교실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까지 자아내게 한다. 지난 98년 9월 문을 닫은 폐교가 1년만에 ‘박물관’으로 변하기까지는 성재정 관장 부부의 희생과 노력이 배여 있다. 박물관에 다른 직원은 없다. 성관장이 안내 가이드를 맡고 있다.
“미리벌박물관의 특징은 관람객이 단 한 사람이라도 관장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직접 설명을 해준다는 데 있죠.”
이 박물관에는 여느 박물관처럼 ‘손대지 마시오!’란 푯말이 없다. 반닫이장을 열고 한지를 고이 보관했던 사대부 아녀자의 그 손길처럼, 빗·갓끈, 호박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마실 떠났던 선비처럼, 보고 만지면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한 성관장의 배려 때문이다.
이 곳의 민속품들은 성재정 박물관장이 지난 30년 동안 사재를 털어 하나씩 모은 ‘우리 것’들이다. 이 곳은 조선시대 고관대작부터 평민이 사용하던 반닫이, 떡살, 등잔 등이 즐비한 ‘시간 창고’이다. 곡식의 껍질을 벗길 때 사용하는 도구인 목뫼, 참기름 등 기름을 짤 때 사용하는 도구인 기름틀도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다른 민속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기구는 ‘민속유물’로 치지 않는 그의 지론 때문에 이곳에는 한 점도 없다.
전시공간은 조선시대 사랑방, 안방, 부엌 가구와 신변 장신구 등을 6개 전시실에서 테마별로 전시하고 있다. 이 교실 저 교실로 옮겨 다니며 조상들의 손때 묻은 민속품을 직접 만져 보면서 감상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특히, 관람객과 걸음을 함께 하며 풀어놓는 성관장의 민속유물 이야기는 때론 재밌다 못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미리벌박물관이 품고 있는 2천400여 점의 민속품 중 유난히 눈과 귀를 모으는 것은 반닫이.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는 물건이다. 손잡이는 떨어져 나간 지 오래이고, 장식물 또한 동강난 것, 아예 떨어져 버린 것, 녹슨 것, 하나같이 볼품 없다. 그럼에도 한때 세계 최고의 갑부였던 록펠러 집안에서도 반닫이를 세계 최고의 가구로 여기며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고관대작부터 평민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을 전시해 놓은 이곳은 초등학교 관련 교과 단원 학습시 현장 조사 및 견학 학습장으로 인기가 높다. 겨울방학을 맞아 이곳에는 초등학생을 위한 특별기획전을 마련하고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현장학습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곳에는 표충사, 영남루, 사명대사 유적지와 부곡온천 등이 있어 자녀들과 둘러볼 만하다.

문의 055-391-2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