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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바캉스]갈 데가 없다고요?400곳이 넘는데(부산일보 05년 7월 21일 기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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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가족들과 함께 박물관에 놀러가는 건 어떻습니까.
'놀러 간다'는 말이 어색한가요. 그럼 어떻게 표현할까요.

'박물관에 숙제하러 간다' 혹은 '박물관에 견학간다'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까.

그러니까 대부분의 박물관이 썰렁한가 봅니다. 박물관은 즐거운 곳입니다.

박물관엔 수백년의 세월이 담겨 있고 신기한 물건들이 엄청 많습니다.

수수께기 놀이 하듯 그렇게 박물관에서 게임을 즐겨보십시오.

현재 우리나라에 400여곳이 넘는 박물관이 있답니다.

개인들의 절절한 사연이 담긴 개인 박물관들만 200여곳이 넘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쫓아다닌 이들의 모험담은 어느 영화와

비길 수 있겠습니까. 부산 근교의 박물관부터 서울 종로의 박물관 거리까지

이번 주 위크앤조이팀이 찾아갔습니다.

자, 그중 밀양 미리벌박물관(055-391-2882)부터 둘러보겠습니다. 시골 초등학교를 개조한 이곳은 드넓은 잔디밭이 반겨줍니다. 이 잔디에서 맘껏 뛰어놀아도 된답니다. 점심 도시락을 펼치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박물관으로 들어가볼까요.

5전시실까지 있네요.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 성재정 관장이 부르네요. 재미난 옛날이야기부터 들으랍니다. 까슬까슬한 멍석 위에 앉았습니다. 1만여점의 민속용품들 속엔 사연도 많습니다. 성 관장의 유물찾는 대목에선 누구라도 "와~"라는 탄성이 쏟아집니다.

지난 30여년간 전국을 뛰어다니며 민속품들을 모았답니다. 먼지 쌓인 민속품들을 닦고 광내며 새 생명을 주는 건 아내의 몫입니다. 두 사람의 고생 덕분에 이젠 일상에서 사라진 우리 민속품들이 여기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여긴 전시 용품을 보호하기 위한 유리도 없고 '만지지 마세요'라는 문구도 없습니다. 우리 민속용품들을 직접 느껴보라는 배려입니다. 일일이 전시실을 데리고 다니며 민속품에 얽힌 사연을 설명해주니 이곳이 얼마나 재미난 곳인지 가보셔야 합니다.

"시집가는 딸에게 건넨 2폭의 가리개엔 부모의 걱정이 담겨있죠. 부인용 평상엔 부드러운 구름문양이 새겨져 있고 잔치날 떡을 만드는 떡살에는 장수와 화목을 비는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참 유물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한 가족이 박물관 앞에서 "입장료가 있네"라며 휙 돌아서버립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어색한 침묵 후 성 관장의 구수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김효정기자 teresa@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