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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활용 박물관 사례, 미리벌민속박물관

관리자
폐교 활용 박물관 사례,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윤석(미리벌민속박물관 학예팀장)




“여기 학교였어요?”


“네, 1998년에 폐교된 범평초등학교예요. 폐교된 그 해부터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관람객이 기억 속 흔적을 더듬어 물은 질문, 그리고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질문에 공간의 역사를 축약해서 답변하는 박물관 직원, 관람객의 유추가 사실이 되는 순간 관람객과 박물관 사이에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거부감 없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이게 바로 폐교라는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적 소통이다.

미리벌민속박물관은 경남 밀양시 초동면에 위치하고 있는 폐교를 활용한 사립박물관이다. 설립자인 성재정 관장이 30여 년 동안 수집한 민속자료를 가지고 1998년 폐교된 범평초등학교에 박물관을 개관하여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있다. 아마 폐교 공간을 박물관으로 활용한 사례 중에 제법 빠른 편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폐교를 활용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 설립을 준비하는 단체나 개인이 자문을 요청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제 폐교는 생명력을 잃은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로 치부되는 게 아닌, 지역의 문화인프라로 재탄생을 준비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써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따르는 사항이 건물이나 공간에 대한 개보수일 것이다. 폐교 대부분이 노후하거나 오랫동안 비워져 있어 흉물스럽기도 하거니와 새롭게 단장하는 문화공간의 용도와 기능에 부합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학교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지우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나마 과거의 이미지를 남기기도 한다. 미리벌민속박물관은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미리벌민속박물관의 풍경에서 비치는 학교의 실루엣과 더불어 같은 크기로 규격화되어 있는 전시공간, 그리고 전시실 안의 미닫이 창문 등을 통해 박물관 공간 곳곳에서 학교의 모습이 비춰진다. 이러한 과거의 흔적 때문인지 전시되어 있는 손때 묻은 유물들이 공간과 거부감 없이 잘 어우러지는 듯하다.

이렇게 폐교가 재탄생된 박물관은 어떻게 운영될까. 미리벌민속박물관은 공간별로 크게 전시동, 체험학습동, 야외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시동에는 전시실 5실, 수장고, 학예실 등이 있으며, 체험학습동에는 교육공간과 교육준비공간으로 나뉜다. 그리고 야외공간에는 잔디밭과 기찻길, 장승 포토존으로 조성되어 있다.

먼저 전시동에 위치한 전시실은 상설전시공간인 사랑방, 안방, 부엌과 기획전시공간인 초등교육 프로젝트실, 기획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방, 안방, 부엌 전시실은 올해 8월경 국립민속박물관의 지원으로 목가구를 주제로 한 공동기획전을 준비 중이며, 이때를 맞추어 기존의 기획전시공간도 독립된 주제로 갤러리형 전시로 개편을 할 계획이다. 수장고는 전시동 2층에 위치해 있는데, 4,000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 학예실은 교실 1개 크기의 공간으로 직원들의 데스크 업무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소규모 교육공간과 도서공간 등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공간은 관람객들이 차를 마시며 도서공간에 비치된 서적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관람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편이다.

교육동은 전시동 뒤편에 위치해 있다. 교육동의 주된 기능은 100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데 있다. 50명 이하 소규모의 교육프로그램은 학예실이나 전시실에서 진행한다. 특히 이곳은 옛 학교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는 50년대 교실을 풍경으로 드라마 촬영을 위해 협조 요청이 있기도 했다.

야외공간은 학교의 운동장이었던 곳이다. 잡풀로 무성했던 곳을 매년 꾸준히 정비하여 지금은 500평 규모의 잔디밭과 기찻길, 그리고 장승 포토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잔디밭은 어린이 관람객들이 맘껏 뛰어놀 정도로 넓기 때문에 미리벌민속박물관의 매력적인 공간 중에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기찻길은 박물관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조성되어 있는데,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추억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연인들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기찻길을 거닐고,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듯 레일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장승 포토존은 ‘장승 만들기’ 교육프로그램을 몇 년 동안 진행해오며 만든 결과물을 매년 하나둘씩 세워서 꾸민 공간이다. 지금은 비록 10여 기의 장승이 세워져 있지만 꾸준히 노력하여 장승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폐교를 활용하여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미리벌민속박물관은 폐교 활용의 좋은 예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폐교 활용의 좋은 예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사회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오늘날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폐교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그 가능성은 미리벌민속박물관뿐만 아니라 폐교를 활용한 여러 박물관·미술관의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문화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문화융성의 시대인 오늘날, 앞으로도 폐교를 활용한 박물관·미술관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사)한국박물관협회 museum news 칼럼 2015.4.28일자
http://www.museumnews.kr/126column/